모란동백 * 조영남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랫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조영남 1945년 황해도 출생.
1968년 '딜라일라' 데뷔.
미국 트리니티 신학대학교 졸업.
모란동백을 처음 부른 원곡자는 시인이며 화가,
소설가인 이재하 선생으로 1988년 조영남이
이재하 선생의 노래 모음 (CD) 시디를 듣다가,
이 곡이 너무 좋아 이재하 선생의 허락을 얻어
2001년에 발매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노래다.
조영남 스스로도 자신의 장례식에서 불러주었으면
하는 노래로 마지막 삶을 끝내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자아를
스스로 지키려는 노래를 지은이의 마음이 느껴져 뭉클하다.
나는 어떤 날은 이 노래를 백번도 듣고 듣고 했었다.
바보 같이도 눈물이 왜 줄줄 흐르는지, 마치 내가 어느 바닷가
구석진 곳에서 홀로 세상을 떠나는 상상이 들었다.
그게 그런데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나는 아직도 그렇게 낭만적으로
인생의 마지막을 끝내고 싶은가 보다.
끝까지 죽는 거 마저도 낭만적으로,
아, 나는 낭만에 살고 낭만에 죽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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